돈 버는거 힘들지
오늘 인터넷 회사에서 내가 사는 아파트에 광통신망을 설치했다고 (그러니까 가입하라고) 사람이 왔다.

아, 한국은 보통 회선사업자가 ISP(Internet Service Provider)까지 해주기 때문에 KT면 KT, 하나로면 하나로인데, 일본은 회선과 ISP(보통 잘라서 Provider라고만 부름)가 별도로 되어 있다.

일단 대충 일본의 통신회사를 설명하자면
국영기업이 전신인(한국의 KT같은) NTT와  KDDI가 있다.
이런 회사들은 전화국과 집까지의 전화선을 담당한다.
그리고 인터넷을 쓰려면 이런 전화선을 통해서 프로바이더에 접속하여, 프로바이더로부터 IP를 받아서 접속하게 된다.

내가 지금 사는 곳에 처음 이사를 왔을 땐 광통신망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YahooBB의 ADSL을 쓰다가, NTT의 광통신망이 설치되었다고 방금처럼 막 사람이 와서 설명을 들어보니 속도도 빠른데다가 가격도 (조금) 싸서 그걸로 바꿨다. 속도야 사실 ADSL도 쓰는데 크게 지장은 없어서 신경은 안쓰고, 가격의 영향력이 컸지.

그런데 방금 온 곳은 KDDI에서였다. KDDI에서도 이 아파트에 광통신망을 설치했다고 (그래봤자 집 6개짜리 아파트인데) 홍보원이 돌아다니는 거였다.


초인종 소리를 듣고 나가니 처음 보는 얼굴에 양복, 그리고 신분증 목걸이가 걸려 있다. 딱 보고 아 인터넷이구나 라고 감을 잡았다.
하지만 때는 저녁이었고, 더구나 일요일! 일요일에도 일하는 게 좀 안쓰러워서 표정 굳히지 않고 친절히 설명을 들었다. 사실 웬만하면 조금 싸다고 해도 귀찮아서 그냥 계속 NTT를 쓸 생각이었지만.

가격표를 보여주는데, 어라? 6000엔대? 지금 내가 쓰고있는 NTT보다 꽤 비싸잖아 싶었는데, 그 아저씨(라고 해봐야 나와 비슷하거나 한두 살 많아 보였다. 일본은 대학 진학률이 그렇게 높지 않아서 일찍일찍 사회에 진출하니까.)가 지금 쓰는 인터넷은 얼마정도냐고 물어보길래 4000엔대 후반이라고 해줬다.

잠시 할말을 잃은 아저씨, 그렇게 쌀 리가 없는데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거다. 곧, 회선요금만 4천엔대고 프로바이더는 따로 돈 나가는거 아니냐고 물어보길래, 그냥 지난 달 청구서를 보여줬다.


Bフレッツ・マンションミニ利用料 3500円 (B후렛츠 맨션미니 이용료 3500엔 : 인터넷 회선 요금)
VDSL100M装置使用料 350円 (VDSL100M장치사용료 350엔 : 모뎀 대여료)
消費税 150円 (소비세 150엔 : 한국의 부가가치세. 다만 10%가 아닌 5%)

ぷらら利用料 682円 (뿌라라 이용료 682엔 : 뿌라라는 프로바이더 이름)

전부 해서 4724엔.


맨션미니가 적용되어서 가격이 3500엔밖에 되지 않는다. 프로바이더도 가장 싼 녀석인데, 아마 NTT 자회사라서 그런 것 아닐까 싶다. 뭐 그리고 일단 이것도 광통신이니, 속도도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을 거고.
결국 아저씨는 "저라도 안바꾸겠네요" 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나였다면 회사에 짜증이 좀 많이 났을 거다. 아니 영업을 시킬거면 좀 팔릴 만한 걸 가지고 시키지, 내용물은 다를 것도 없는데 가격은 천엔 넘게 비싸고, 이거 팔라는 거야 말라는거야 라고.
그러나 세일즈맨의 포커 페이스는 이따위 사소한 잡념으로 흐트러지지 않는다. 문을 닫을 때까지 입가엔 미소, 얼굴엔 친절.


난 일단 장학금으로 생활에 충분히 지장 없이 살고 있지만, 사회 경험 겸 지름신 영접 대비 겸 해서 2년 전에 아르바이트를 했었고, 지금은 경력 쌓기도 겸해서 일을 하고 있고, 아버지한테서 다른 사람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오는게(간단히 말하면 일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회 경험담을 들었고 해서, 최대한 배려를 해서 대응을 했다.

그래서 청구서까지 보여준 거고. 이 아파트 건물에는 NTT에서 KDDI보다 저렴한 가격에 인터넷을 공급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최소한 다른 집 초인종을 누르는 헛수고는 하지 않을 거 아냐.


아, 그리고 우리 집에서 저렴한 가격에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이유는, 요금제가 맨션타입이라서 그렇다.

단독 주택이면, 그 집에 광케이블 하나 설치해 봤자 그 집에서밖에 쓰지 않기 때문에, 요금이 비싸다.
하지만 아파트나 맨션 같은 다세대주택에 광케이블을 하나 끌어다 놓으면, 여러 집에서 한 케이블을 쓸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회선 회사 측에선 한 집에서 적게 받아도 뽕을 뽑는다.

내가 사는 곳은 6세대짜리 아파트라서 맨션 타입이 적용되는지 아닌지가 좀 애매한데, 뭐 적용된 덕에 싸게 쓸 수 있는 것.

세대수가 30정도가 넘는 건물이라면 더 싼 요금제를 쓸 수 있는데, 그 정도 되는 집은 일반적으로 집세가 비싸다.


후, 돈 버는거 정말 쉬운 일이 아니야. 쓰는 건 정말 쉬운데 말이지.
난 휴일인 내일도 돈 벌러 회사 간다.
by ceraduenn | 2008/10/12 23:56 | 요즘생활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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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강민철 at 2008/11/08 11:41
안녕하세요 우연히 들른 블로그에서 글 잘 읽고 갑니다. 일본에서 일하시는분이군요. ^^ 정말 타국에서 고생많으시죠? 가끔들려서 글도 읽고 글도 남기겠습니다.
참고로 남자입니다. (ㅡㅡ;) ㅎㅎ 좋은 주말, 보내세요~ 화이팅!!
Commented by ceraduenn at 2008/11/09 18:07
일본에서 살고는 있지만, 타국이라 고생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
이미 주말도 여섯 시간밖에 남지 않았지만, 좋은 주말 보내세요.
Commented by chatmate at 2009/07/27 22:24
옛날 글입니다만 궁금해서 댓글 달아봅니다. NTT에 OCN이신 것 같은데 한국쪽 사이트 속도가 얼마 나오시나요? 제 경험상으론 한국쪽 회선 연결은 NTT가 야후나 KDDI보다 스무배 정도 느렸는데요.
Commented by ceraduenn at 2009/07/29 23:18
OCN은 아니고 Plala 씁니다(가장 싸요). 속도는 재 본 적이 없고, 한국 사이트는 별로 갈 일도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속도측정 사이트를 알려주시면 확인해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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